"재혼을 하면 당연히 한집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사실 그렇게 오래된 생각이 아닙니다. 그리고 2026년 한국의 60대 이후 재혼 커플들 사이에서는, 점점 이 전제를 뒤엎는 선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LAT — Living Apart Together. 함께하지만 따로 사는 관계입니다. 결혼을 하되, 각자의 집을 유지합니다. 혹은 결혼 없이 법적 파트너로 살되, 역시 각자의 공간을 지킵니다.
왜 60대 이후에 이런 선택이 늘어나는가
이유는 여러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 각자의 공간을 이미 오랫동안 가꾸어 오셨기 때문입니다. 25년 넘게 살아온 아파트, 벽에 걸린 그림, 부엌의 배치. 이것을 포기하고 합치는 일은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정체성의 일부를 접는 일입니다.
- 성인 자녀와 상속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집을 합치는 순간 재산이 뒤섞이며, 훗날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 수면 리듬, 생활 습관이 굳어 있기 때문입니다. 30년 동안 10시에 주무시던 분과 12시에 주무시는 분이 합치면, 갈등은 필연입니다.
- 건강 이슈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골이, 통증, 야간 화장실 사용. 이런 것들이 매일 밤 예민하게 작동합니다.
그렇다면 이 관계의 깊이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따로 산다고 해서 관계가 피상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분들이 "만나는 시간이 더 소중해졌다"고 말씀하십니다.
평창동에 사시는 68세 한 부부(법적 재혼을 하셨습니다)는 각자의 아파트를 유지하십니다. 월요일 저녁부터 수요일 저녁까지는 부인의 집에서, 목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는 남편의 집에서 함께 보내십니다. 일요일 하루는 각자 혼자만의 시간으로 두십니다.
"40년 넘게 다른 가정의 주인이었던 사람이 두 명 있는 집입니다." 남편분의 표현입니다. "굳이 한 지붕 아래 끼워 넣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현실적 장점
- 자녀와의 갈등이 줄어듭니다. 누가 누구의 집에 들어오느냐는 문제가 처음부터 사라집니다.
- 각자의 친구 관계가 보존됩니다. 내 집은 여전히 내 집이기에,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손주가 오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 싸움 뒤 공간이 있습니다. 하루 각자의 집에서 머물다 다음 날 만나면, 작은 다툼은 대부분 저절로 정돈됩니다.
- 재산이 명확합니다. 혼전 계약이 없어도, 각자의 자산은 각자의 공간에 있는 셈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는 단점
물론 이 방식이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 비용이 두 배입니다. 두 채의 주거 비용, 두 채의 관리비, 두 채의 살림이 계속 들어갑니다.
- 병환이 생기면 복잡해집니다. 간병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한 공간에서 돌보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이 점은 미리 대화하셔야 합니다.
- "진짜 관계인가"라는 의심. 주변에서 가끔 이런 말을 듣습니다. 스스로가 단단하시다면 흔들리지 않으시지만, 처음에는 피로하실 수 있습니다.
- 외로움은 여전합니다. 혼자 자는 밤이 여전히 외로우신 분께는 맞지 않는 방식입니다.
LAT를 선택하시기 전 함께 대화하실 것
파트너와 반드시 미리 합의하셔야 할 것들입니다.
- 각자 집에서 보내는 날의 비율 (예: 주 4일 함께, 주 3일 따로)
- 상대방 집에서 본인이 쓰시는 공간의 범위 (옷장, 서랍, 욕실 선반)
- 한쪽이 아플 때의 돌봄 방식
- 상속과 유언의 방향 — 각자의 자녀를 존중하는 기본 원칙
- 여행과 휴가는 함께인가, 분리인가
한 가지 오해
LAT는 "관계에 확신이 없어서" 선택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확신이 있기에, 서로의 개별성을 존중하고자 선택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40년을 각자 살아오신 두 어른이, 남은 20~30년을 지혜롭게 디자인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오늘의 질문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새로운 분과 만나 진지해지셨을 때, 당신은 같은 집을 상상하십니까, 아니면 가까운 두 집을 상상하십니까.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이 질문을 피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신 것만으로, 앞으로의 대화가 훨씬 정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