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혼 후 3년을 집과 직장만 오가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습니다. 돌아오니 제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50대 싱글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종교적 이유가 없으셔도 괜찮습니다. 이 길은 오히려 '종교가 없는 분'에게도 깊은 경험을 줍니다.
왜 50대에 이 길이 잘 맞는가
- 평균 연령이 예상보다 높습니다. 프랑스 길(Camino Frances)에서 마주치는 순례자의 상당수가 45세 이상입니다. 50대는 소수가 아닙니다.
- 체력 부담이 적절합니다. 하루 15~25km를 걸으시는 리듬은 준비만 하시면 50대 대부분 분들이 완주 가능합니다.
- 혼자 걷지만 외롭지 않습니다. 숙소(알베르게)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열립니다. 깊은 관계는 아니지만, 사흘을 함께 걷고 헤어지는 다정한 동행이 생깁니다.
- 이혼이나 사별을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순례자 사이에서는 서로의 과거를 묻지 않는 암묵적 예의가 있습니다. 당신을 이름과 오늘의 걸음만으로 대해 줍니다.
기본 정보
길의 선택
여러 경로가 있지만, 50대에 처음 가시는 분께는 두 가지를 권해 드립니다.
- 프랑스 길 전체(약 800km, 30~35일). 충분히 시간이 있으시면 가장 풍성한 경험입니다.
- 프랑스 길 마지막 구간(사리아~산티아고, 약 115km, 7일). 시간이 빠듯하시거나 체력을 아끼고 싶으실 때 이상적입니다. 순례자 증서도 이 구간만으로 발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시기
추천은 4월 후반에서 6월 초, 그리고 9월 초에서 10월 중순입니다. 7~8월은 너무 덥고 혼잡합니다. 11~3월은 알베르게가 많이 닫습니다.
예산
전체 800km를 걸으실 경우 항공권 제외 약 150~200만 원이 현실적입니다. 숙박은 알베르게 기준 1박 1~2만 원, 식사는 순례자 메뉴가 1만 2천~1만 8천 원 선입니다. 7일짜리 마지막 구간은 50만 원 내외로 가능합니다.
출발 전 3개월
- 주 4회, 1시간 이상 걷기 시작하십시오. 평지에서 시작해 점차 오르막길로 올리십시오.
- 배낭을 메고 연습하십시오. 실제로 쓰실 배낭(6~8kg)을 미리 메고 동네를 한 시간씩 도십시오.
- 신발을 먼저 길들이십시오. 새 신발로 현장에서 시작하시면 물집이 생깁니다. 최소 50km는 길들이고 가십시오.
- 건강검진을 받으시기를. 특히 무릎, 허리, 심장 관련 상담은 필수입니다.
걷는 하루의 리듬
전형적인 순례자의 하루입니다.
- 오전 5시 30분~6시 기상. 알베르게는 보통 6시~6시 30분에 모두 깹니다.
- 간단한 아침 후 6시 30분~7시 사이 출발. 해 뜨기 전 선선한 시간을 활용합니다.
- 10시경 카페에서 카페콘레체와 크루아상. 30분 휴식.
- 12시경 짧은 점심(보카디요 정도).
- 오후 1시~2시 사이 다음 마을 도착. 알베르게 체크인.
- 오후 4시~6시 사이 빨래, 샤워, 마을 산책.
- 저녁 7시경 순례자 메뉴로 저녁. 다른 순례자들과 자연스러운 대화.
- 9시경 취침.
혼자 걷는 사람들과의 거리감
중요한 것은 '거리의 감각'입니다. 길에서 만나는 분들과 너무 가까이 붙으실 필요도, 너무 차단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 아침 인사 정도는 모두가 나눕니다. "부엔 카미노." 이 한마디면 됩니다.
-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같은 테이블이 되셨다면, 가벼운 대화가 자연스럽습니다.
- 다음 날 다른 속도로 걸으시는 분과는 자연스럽게 헤어집니다. 연락처를 교환하실 필요 없습니다.
- 드물게 깊이 맞는 분이 생기시면 3~5일 동반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우정은 길 위에서의 우정이지,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오시는 이유가 되는 관계는 아닙니다.
여성 혼자 가시는 분께
안전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합니다. 다만 몇 가지 기본은 지키시기 바랍니다.
- 인적이 드문 구간은 어둡기 전에 끝내십시오.
- 알베르게는 사전에 정보가 있는 곳을 택하십시오. 리뷰 앱(Buen Camino 등)을 활용하십시오.
- 한국 영사관 현지 연락처를 저장해 두십시오.
- 가족에게 매일 한 번 짧게 연락하십시오.
돌아오신 후
산티아고에서 돌아오신 후 1개월은 낯설으실 것입니다. 한국에 익숙한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이 낯섦을 서둘러 없애시지 마십시오. 이것이 당신이 길에서 배운 것들이 정착하는 시간입니다. 데이트 앱을 여시는 것도 최소 2주는 뒤로 미루시기 바랍니다. 돌아온 당신은, 떠나기 전 당신보다 훨씬 선명한 기준을 갖고 계실 것입니다.